일상다반사

우당탕퉁탕 디지털 탐폰을 위한 여정

밤하늘의별빛 2023. 9. 2. 22:36

이미지 출처: pixabay

어플리케이터 탐폰은 워터파크 때문에 대학교 2학년때 처음 접하고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적응한지 꽤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탐폰 값이 좀 더 저렴한 디지털탐폰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후기에는 온갖 장점이 나열되어 있었다.

나도 Fun하고 Cool하게 디지털탐폰 쓰고 싶다.. 환경을 생각하는 멋찐 여성이 되고 싶다

해피문데이 디지털 탐폰 라이트

 

처음 써보기 때문에 라이트를 구매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이물감이 들며 이마를 찌뿌리는 나를 발견하였다. 딱 처음 탐폰 썼을 때 그 느낌이었다. 전신 거울로 확인해 봤더니 질 입구는 잘 찾았으나 딱 그 입구에 흰 솜부분이 동그랗게 보였다. 더 깁숙히 넣었어야 됬는데 그러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다시!!’하며 두, 세개 총알같은 그 디지털탐폰을 뜯었다. 아프지만 꾹 참고 눌렀지만 컴퓨터에 cd를 넣었다가 다시 cd를 뱉어내는 플레이어 장치처럼 다시 질입구에서 하얀 솜뭉치 녀석이 보였다. 그러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디지털 탐폰 쓰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 질이 뭐 형광펜크기마냥 크게 열리나? 게다가 검지 두 마디까지 넣어야 한다고...? 나는 중지 한마디도 겨우 넣을락말락 하는데.’

이미지 출처: 디옵텍

외국 영상을 보니까 검지만 이용하드라... 😲

그냥 헛짓거리 한 거였음. 해피문데이 영상에서 잡는 그 폼은 딱 입구 시작할 때만 하는 거였다. 하긴 그 조그만한 구멍에 두 세 손가락이 들어갈 수가 없겠구나... ㅠㅠ

근데 4개씩이나 도전하면서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시간은 2시간 이상 흘러갔다. 거기다 내 질은 상처입은 부위마냥 따끔거리고 불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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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감과 분노로 뒤덮여 나는 고열량간식(환타, 쿠키, 양갱)을 미친듯이 흡입하고 반 달동안 참아왔던 웹툰과 유튜브를 봤다.

나는 그저 더 업그레이드 된 탐폰을 써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정말 디지털탐폰을 사용하고 싶은가?’ 대답은 아니었다. 나는 어플리케이터가 좋았다.

남은 총알 탐폰들은 어떡할 것인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우선 실망감에 뒤덮인 나에게 당분간은 쓰지 않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사용을 한다 해도 다음, 다다음달에 짬처리를 할 생각이다.

물론 아프더라도 환경과 절약 때문에, 혹은 신념 때문에 아니면 잘 적응하는 사람들에게 왜 이런 큰 진입장벽이 있고 불쾌감이 있는데 안알려줬냐며 화를 내고 싶으나 그들은 정말로 그것에 만족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고 결국 그런가보다하며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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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럽에서는 디지털탐폰을 잘 쓴다고 한다. 근데 나는 미국처럼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탐폰이 좋다. 이건 진심이다. 또한 생리대만 쓰는 사람, 생리대와 탐폰을 같이 쓰는 사람 등 각자의 기질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존중해야 한다. 그렇다. 나는 디지털탐폰이 싫다. 불타는 그 느낌이 싫다. 디지털탐폰을 쓰는 사람은 생리대를 쓰는 사람보다 우월한가? 탐폰을 쓰는 사람이 생리대를 쓰는 사람보다 우월한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에게는 그게 좋기 때문에 쓰는 것이었다.

혹시 모른다. 내년에 내가 디지털탐폰을 잘 쓰게 될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너무 혐오스럽고 꼴 보기 싫다. 나는 잠시 이 여정에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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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음날 아침 생리가 좀 남아있어서 한번만 더 도전해볼까하고 디지털 탐폰 라이트를 조심스레 뺐다. 처음엔 탐폰을 이리저리 가볍게 총알(디지털 탐폰) 머리부분을 쑤셔보고 생리혈이 묻어있고 어느정도 움푹 들어간 곳임을 확인했을 때 여기가 질이구나를 확인했다.(질 탐색 단계)

당연히 넣을 때는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으나 시작단계는 아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기 있게 비스듬히 쑤셔넣었다. (각도 설정 단계) 그 후 엄지와 중지가 필요없고 검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검지로 피스톤마냥 쭉 밀어넣었다. (밀어넣기 단계) 갑자기 쑤욱-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쑤욱 들어가는 단계는 하나도 안아팠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검지 두마디까지는 넣었는데도 이물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중지를 써야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질 길이가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중지를 써야하는 것이다. 피 묻은 검지를 씻고 뒤늦게 중지로 넣으려는데 질은 ~아니야 돌아가^^’하면서 못하게 막는 듯 했다. 즉 다시 빼고 시작해야 하는 것.

 

3시간이 지난 후 다시 사용해봤다. 질 탐색단계, 각도 설정 단계, 밀어넣기 단계를 중지로 꾹꾹 밀어놓았다. 이때 비스듬히 기울인 것 뿐만 아니라 밀어넣기가 편안해지는 그 구간에는 천천히 가운뎃손가락을 구부리는 것이 핵심이다. 질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꾹 밀어넣어서 손목이 아팠으나 요령이 생기면 괜찮아질 것 같다.

 

디지털탐폰의 장점은 알지만 단점은 초보자에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체감상 5분 정도. 거기다 하필 빨리 나와라는 가족의 재촉이 나오면 더 끔찍. ) 외출 할 때는 깨끗한 화장실이 잘 없기 때문에(내가 외출 하는 곳은 대부분 비누도 잘 없다. 시골이라서 그런가?) 나는 호옥시나 디지털탐폰을 잘 쓰게 된더라도 어플리케이터는 반드시 폐경 되기 전까지 쓰게 될 것 같다. 아니, 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디지털탐폰의 여정은 계속된다. 최종적으로는 디지털탐폰 슈퍼까지 병행하는 것이 내 목표이자 포부이다. 디지털탐폰, 어플리케이터, 생리대를 골고루 쓰기 위함이다. 김칫국을 마시는 건진 모르겠으나 디지털탐폰도 최종적으로 잘 적응하면 생리컵도 3~4년 뒤에는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