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과 언니한테 많이 실망했다.
그 언니는 중국인 유학생이고 교육 봉사활동 때문에 한국인인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나는 해당 학점을 이수했기 때문에 굳이 도와줄 이유도 없었지만
그냥 언니와 한 학기 동안 친해져서 정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엄청 간단한 일도 게으르게 처리하려고 한다.
파파고로 번역기를 돌리면서 나는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언니, 학번이랑 한자 이름이랑 이러이러한 거 적어야 해요!’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다음 주에 하자는 말이었다.
하! 뭐 하자는 거지? 이렇게 간단한 것도 외국인이라고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자는 건가.
나는 언니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내가 만만한 건가? 어쩜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을 하는 거지?
목구멍에 온갖 생기는 욕을 꾹꾹 참으며 ‘어쩔 수 없네요. 다음 주에 하도록 하죠.’라고 했다.
나는 나만 이런 경우가 있는지 그놈의 구글을 검색했다.
역시나 맹목적인 중국인 비난글이나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유학생 칭찬글이 있었다.
‘아, 나와 같은 사례는 하나도 없구나.’
하소연할 데도 없고 화는 삭힐 수 없고.
옛 동양 성인들은 나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나는 비주류 경험을 갖고 있기에 동양의 비주류 철학자 ‘묵자’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출처: 묵자 사상의 현대적 의의(장용숙, 한신대학교 대학원, 2002)
우선 그 유학생 언니는 자신이 편하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나’라는 타인을 끌어들여
내가 해도 되지 않은 일을 시키게 했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한 것도 있겠으나 정작 자신은 ‘게으르게’ 행동한다면 더욱 문제가 있다.
나는 현재 그 언니를 미워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언니도 나를 미워할 것이다.
근데 언니는 나의 정신을 해친 사람이니 반드시 나도 언니를 해치게 될 수 밖에 없지.




한 책에서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보편주의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할까?
->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과 내가 언니를 미워하는 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할까?
어떤 이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굳이 왜 도와줌?’이라고 의아해하거나 어떤 이는 ‘지가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그 유학생을 왜 욕함? 지팔지꼰(지 팔자는 지가 꼰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이 부분은 지금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사안인 듯.
2. 실리주의
관습이 우리에게 옳은 것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세 가지로 우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역사적 전통, 상식, 유용성. 그 중에서 묵자는 유용성을 중시한다.
나의 행동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가?
-> 내가 유학생 언니를 도와주면 언니뿐만 아니라 교수님, 더 나아가 유아교육과 해당 학년한테도 도움이 ... 되나? 내가 안도와주면 그 언니는 다른 학생들한테도 도와달라고 끙끙 앓을텐데. 이익이 되긴 하겠네.
그니까 내 희생으로 언니뿐만 아니라 그 과목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득이겠다.
3. 이성주의
애초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유학생이 학점을 무사히 이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
즉 우리나라 대학교 유학생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 학교;;
물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무임승차라고는 볼 수 없이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겠으나
그런 학생들이 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대학교가 미국 대학교만큼의 시스템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 그리고 나는 ‘정’이라는 감정 때문에 그 언니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묵자 입장에서는 겨우 그 사소한 감정 때문에 행위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희생이 관련인들에게는 자기 몫만 해내면 된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고 결국
묵자가 말하는 겸애를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저 묵자 관련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7장 선택의 기술에서
항상 양보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과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만약 이 언니가 자꾸 게으름을 피우고 더 나아가 나에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선을 씨게 넘으면 방어를 해야 한다. (묵자가 방어 전쟁 무기를 만든 것처럼)
그땐 진짜 손잘 각이다.

이미지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822157&memberNo=8783807&vType=VERTICAL
언니. 제발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하자. 나 언니 아직까진 믿는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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