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그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피아노와 깎아 내리는 사람들

밤하늘의별빛 2022. 9. 15. 22:26

어린 시절에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태권도, 피아노 등의 학원을 다녔다.

그 중 피아노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작은 콩쿠르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때 피아노 원장선생님이 나를 많이 혼냈다. 

그래도 나는 꾸준히 해서 결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 원장쌤은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왜 손가락을 동그랗게 세우지 않고 연주한거야? 박자도 너무 빨라."

그 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수고했다는 그 말도 그렇게 말하기 힘들었나?

 

우수상, 장려상을 받았던 학생들에게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에구~ 잘했네 우리 00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게 너무 불만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보다 한살 어린 여자애가 피아노를 다니고 있었다.

그당시 유행했던 공부의 신 교복을 입고 학원차에 탔다. 다들 예쁘다고 했다.

어쨌거나 그 여학생은 예쁘고 나보다 피아노도 곧잘 쳤다. 원장쌤은 그 아이를 예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원장쌤은 피아노를 얼마나 열심히 치느냐보다는 얼마나 자기 맘에 드느냐에 따라

칭찬을 하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즉 내가 피아노를 더 열심히 한다고 이뻐하는게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런 사실을 모르고 학원을 옮길 생각을 못했을까... ㅠㅠ

 

초등학교 때는 음악 시험을 중간, 기말시험을 보는데 그당시 음표 보는게 너무 어려웠고

피아노 학원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러다가 5학년 쯤 나는 그만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되고 취미로 피아노를 독학했다. 

독학이다 보니 잘 안되긴 했다. 그냥 초등학교 5학년 상태로 정체된 상태.

고등학교 1학년때는 그래도 노력해서 히사이시조의 써머를 칠 수 있게 됐다.

여고 음악 시간 쉬는 시간에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피아노를 친다.

한번은 한 여자애가 써머를 쳤다. 나는 그나마 내가 아는 곡이고 어설프게나마 칠 수 있는 곡이라 반가웠다.

그 애가 몇 반주를 치다가 자기와 친한 애들끼리 대화한다고 피아노 건반을 뗀 후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가 친한 친구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나 써머 칠 줄 알아!"라고 말하며 간단하게 쳤다. 

그러자 그 애가 "저런 건 누구나 칠 수 있는 거지"라고 말하며 나를 흘겨봤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히히... 그 다음에 모르겠다"하며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났다.

귀엽게 생긴데다 사교성이 좋은 애였는데 나한테만 유독 박하게 대한 것이 속상했다.

오늘 유튜브에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 중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의 모습을 보았다.

유튜브 댓글에는 대충 사람들이 손열음씨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본다며 연예인처럼 

본다고 나왔는데...

 

나는 그 댓글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어렸을 때 멸시를 받으며 피아노를 배웠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사실 원장쌤이나 고등학교 때 여고 동급생은 그냥 내가 만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대한 엄청 잘난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왜 당당하게 "어쩌라고"라며 비웃지 못했을까.

 

이솝우화 '황소와 개구리'가 떠오르는 밤이다.

엄마 개구리가 과대망상으로 터져 죽어버린 이야기.

출처: 발칙한 이솝 우화 (4) -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 개구리와 황소 < 정신의학 < 칼럼 < 기사본문 - 정신의학신문 (psychiatricnews.net)

한 칼럼니스트는 현실을 직시하되 유머로 대처하라고 한다. 

남이 나를 비교한다고 해서 나도 그 인간들처럼 내 자신을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취미로 초등학교 5학년 수준밖에 안되는 피아노 실력이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내 자신, 

나를 비난하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꿋꿋이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 자신 멋지고

과거의 나 정말 피아노 공부하느라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