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차갑게 사랑하라, 묵자의 겸애

밤하늘의별빛 2022. 9. 23. 15:42

같은 학과 언니한테 많이 실망했다.

그 언니는 중국인 유학생이고 교육 봉사활동 때문에 한국인인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나는 해당 학점을 이수했기 때문에 굳이 도와줄 이유도 없었지만

그냥 언니와 한 학기 동안 친해져서 정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엄청 간단한 일도 게으르게 처리하려고 한다.

파파고로 번역기를 돌리면서 나는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언니, 학번이랑 한자 이름이랑 이러이러한 거 적어야 해요!’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다음 주에 하자는 말이었다.

 

! 뭐 하자는 거지? 이렇게 간단한 것도 외국인이라고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자는 건가.

나는 언니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내가 만만한 건가? 어쩜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을 하는 거지?

목구멍에 온갖 생기는 욕을 꾹꾹 참으며 어쩔 수 없네요. 다음 주에 하도록 하죠.’라고 했다.

 

나는 나만 이런 경우가 있는지 그놈의 구글을 검색했다.

역시나 맹목적인 중국인 비난글이나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유학생 칭찬글이 있었다.

, 나와 같은 사례는 하나도 없구나.’

 

하소연할 데도 없고 화는 삭힐 수 없고.

옛 동양 성인들은 나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나는 비주류 경험을 갖고 있기에 동양의 비주류 철학자 묵자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출처: 묵자 사상의 현대적 의의(장용숙, 한신대학교 대학원, 2002)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25fa375327af9b8f&outLink=K

 

우선 그 유학생 언니는 자신이 편하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라는 타인을 끌어들여

내가 해도 되지 않은 일을 시키게 했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한 것도 있겠으나 정작 자신은 게으르게행동한다면 더욱 문제가 있다.

나는 현재 그 언니를 미워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언니도 나를 미워할 것이다.

근데 언니는 나의 정신을 해친 사람이니 반드시 나도 언니를 해치게 될 수 밖에 없지.

한 책에서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보편주의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할까?

->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과 내가 언니를 미워하는 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할까?

어떤 이들은 중국인 유학생을 굳이 왜 도와줌?’이라고 의아해하거나 어떤 이는 지가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그 유학생을 왜 욕함? 지팔지꼰(지 팔자는 지가 꼰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부분은 지금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사안인 듯.

 

2. 실리주의

관습이 우리에게 옳은 것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세 가지로 우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역사적 전통, 상식, 유용성. 그 중에서 묵자는 유용성을 중시한다.

나의 행동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가?

-> 내가 유학생 언니를 도와주면 언니뿐만 아니라 교수님, 더 나아가 유아교육과 해당 학년한테도 도움이 ... 되나? 내가 안도와주면 그 언니는 다른 학생들한테도 도와달라고 끙끙 앓을텐데. 이익이 되긴 하겠네.

그니까 내 희생으로 언니뿐만 아니라 그 과목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득이겠다.

 

3. 이성주의

애초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유학생이 학점을 무사히 이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

즉 우리나라 대학교 유학생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 학교;;

물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무임승차라고는 볼 수 없이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겠으나

그런 학생들이 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대학교가 미국 대학교만큼의 시스템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 그리고 나는 이라는 감정 때문에 그 언니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묵자 입장에서는 겨우 그 사소한 감정 때문에 행위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희생이 관련인들에게는 자기 몫만 해내면 된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고 결국

묵자가 말하는 겸애를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저 묵자 관련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제7장 선택의 기술에서

항상 양보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과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만약 이 언니가 자꾸 게으름을 피우고 더 나아가 나에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선을 씨게 넘으면 방어를 해야 한다. (묵자가 방어 전쟁 무기를 만든 것처럼)

그땐 진짜 손잘 각이다.

이미지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822157&memberNo=8783807&vType=VERTICAL

 

언니. 제발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하자. 나 언니 아직까진 믿는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