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화감상

고대 이집트와 인정의 투쟁

밤하늘의별빛 2022. 8. 3. 00:11

최근에 미셸 푸코의 에피스테메라는 개념을 배웠다.

이것은 어떤 개인이라도 절대적으로 시대의 절대적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고대 이집트에는 어떤 것을 가장 큰 가치로 두었을까?

이미지 출처: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3%A0%EB%8C%80-%EC%9D%B4%EC%A7%91%ED%8A%B8%EC%9D%98-%EA%B3%BC%ED%95%99%EA%B8%B0%EC%88%A0/

 

흔히 이집트를 영원을 중시한다고 본다.

미라, 스핑크스, 피라미드 모두 굉장히 복잡하고 거대하다.

왜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고 싶었을까!

나는 여기서 그들이 영원한 자기의식을 탐했기 때문이라 본다.

 

헤겔은 정신의 단계 중 자기의식을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이집트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죽이면서까지 권력을 쟁취하려는 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오늘날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눈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집트에 대한 역사를 읽으면서 정말 감명깊었다.

궁금하진 않겠지만 나는 지잡대를 다니고 있고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학벌은 일종의 지우기 힘든 사회적 문신이기 때문에 나는 평생 성실함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머리로는 내 잘못이 맞으니 열심히 살긴 살아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나보다 학벌이 좋은 언니, 동생을 보면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나는 우리 가족 중에서 역사, 영어를 제일 잘한다. 물론 그래봤자 한능검 3급과 토익 630이 전부지만.

그러나 나는 학벌이 낮다는 이유로 언니, 동생보다 못났다고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멸시를 받는다.

그래,.. 나 국어, 수학, 과학 못한다... .... 근데 이게 뭐라고 진짜 빡치는게 아빠는 나보다 영어 못하면서 수학 못하니까 공부머리 없다느니 학창시절에 공부를 안했다느니.... 에휴 그래 내가 무지성으로 야자 안빠지고 다니고 겉핥기 식으로 공부한게 죄지. 제가 바로 공부는 하는데 성적이 안나오는 그 멍청이 맞숩니다.

앗 갑자기 흥분해서 내 열등감을 적어냈다. 어쨌든 나는 학벌로 인한 인정 투쟁을 해야 하는게 너무 불합리해보였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를 보면서 느꼈다. ‘.... 이들은 자기가 인정을 받기 위해 저렇게 목숨을 걸고 하는데.

나 따위가 뭐라고 이 정도의 불합리에 징징거리는거지.’

 

심지어 이 최고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엄청난 건축물을 지었고 미라 등의 무덤에 신경쓰고 절대성을 상징하는 무덤 벽화까지 새겼다.

우와...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똑똑할 수 있는 것인가!

정면성의 원리로 그린 이 벽화는 누가 따라 그려도 그 모습 그대로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상징의 표식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쩜 이리 고상하기도 할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왕도 있었다. 이크나톤이라는 사람은

자신을 다른 파라오와 다르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예를 들면 아랫배가 좀 튀어나온 똥배)을 표현하려 했고

이전에는 꿈도 못 꿨을 입체주의를 과감하게 예술에 활용했다.

이미지 출처: 법도신문

그리고 권력의 대가라고 불릴 클레오파트라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외국어를 다양하게 구사했으며 정치에 능했고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두 남자를 홀렸다.

또한 자신이 패배하는 것을 직감했을 때 포로가 되느니 자살하겠다하며 자결하기까지 했다.

휴머니즘을 중시하는 이 에피스테메로 그녀를 바라 보았을 때 왜 굳이 저렇게 까지 하며 사는거지?’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시대가 목숨을 걸 정도로 인정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을 절대 가치로 여겼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두각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시대는 역사의 시대인가 하여튼 어떤 에피스테메일 것이다.

지금도 학벌같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다만 그 정도가 그 이집트 시대에 비하면 정말 별 것 아니다.

그래... 이 시대든 미래 시대든 어떻게 해서든지 인정을 받는 것이 절대가치는 아닐지언정 중요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괜히 내가 못하는 국어, 수학, 과학에 기웃거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소화시키면서

나의 모이라를 탄탄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