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화감상

[블루 드림스] 인어 공주, 인생에서의 선택과 희생

밤하늘의별빛 2021. 9. 30. 10:36

이미지 출처: 주니어 네이버

 

“아, 저 구두 너무 예쁘다...”

 

동화 빨간 구두의 주인공 카렌은 원래 사야 할 검은 구두 대신 번쩍거리고 화려한 빨간 구두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 구두는 카렌을 쉬지 않게 춤을 추게 했다. 그것을 멈추게 하려면 다리를 잘라야 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임에도 아직까지도 오한을 떨게 하는 무서운 이야기이다. 실제로 일어날 리 없는 이야기지만(근데 책 읽으면 무도병 같은게 있었다고 나오긴 함) 우리는 여기에 나오는 주제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살아가면서 허망한 꿈을 쫓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을까? 동화 빨간 구두는 인간의 허영심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물론 세상에는 멋지고 화려한 것이 많고 카렌처럼 멋진 것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읽고 깨달은 것은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라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나는 읽기 전에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언젠가 약은 부작용 없이 장점만 쏙 가져갈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말이다. 지금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만 켜면 산업 시대, 로봇 등이 이야기를 이루고 있고 어떤 현상을 발견하거나 물질을 만들었다 등의 소식을 접하면 무엇이든 다 될 것만 같았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도 하고 있는데... 못할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망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저자도 그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는 우리 뇌에 대해 정말 구체적으로 발견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 책은 주로 우울증에 관한 환자들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비록 내가 해당 사연에 나온 환자들처럼 심한 우울증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예민한 탓에 우울감이 많이 느껴보았고, 그 때문에 조금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나의 성격은 예민하고 소심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마주치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예민하면 쉽게 상처를 많이 받고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예민함은 다른 말로는 섬세함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에 관해 더 나은 해결 방안을 찾을 수도 있고 배려나 센스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한 유튜버는 예민함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마인드맵 하고 자신감 회복, 여러 활동하기 등을 추천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예민함은 바꿀 수 없지만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인상 깊었던 내용은 프로작이라는 세로토닌 촉진제가 주는 위험함이었다.

출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스틸컷 중 일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생애 중 화학적 거세의 징벌을 받고 1년 후 자살을 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세계 대전을 단축시키게 만든 수학 천재가 이렇게 동성애라는 이유로 허망하게 죽은 것이 안타깝다. 눈물을 흘리며 본 영화의 기억을 꺼내다가 문득 떠올랐다. 혹시 앨런이 프로작을 복용한건가! 1900년대에 프로작이 생겼고 그도 동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영국 정부는 그에게 사형 또는 화학적 거세라는 선택권을 주었으나 사실은 둘 다 죽음을 가리키는 선택권이었던 것이다. 프로작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뻔히 알면서 그런 약을 주었다는 것이 너무 가증스럽고 한편으로는 위대한 수학자에게 이런 허망한 선택권을 준 것에 분노한다.

다수가 믿는 그 진리가 옳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 소수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공정하게, 페어플레이는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니까 앨런 튜링은 프로작을 오용한 것인데, 그는 약에 대해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하고 희생당한 것을 보니 화병 날 것 같다.

다른 인상 깊었던 것은 플라시보 효과였다. 어렸을 때 그 현상을 어렷품이 들었지만 그렇게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허풍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희망 같은 경우 조금만 보여도 우리의 머리는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고 한다. 게다가 인구의 30~60%가 속임수에 넘어간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나만 해도 커피를 마시겠다고 커피포트를 켤 때 갑자기 잠이 깨는 느낌이 들었는데 새삼 놀라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가장 약한 순간에도 우리는 강하다. 우리의 뇌는 언제든 믿음을 찾아줄 준비가 돼 있다.”

캬... 말 너무 멋지다. 우리는 갈대같이 약해 보여도 결국은 외유내강이란 말인가? 괜히 찡하고 고맙다. 우리 인간을 이렇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니 인류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샤머니즘이 인간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사이키델릭이라는 약이 신비함을 통해 인간에게 무지와 경외를 가르칠 수 있다니!! 말이 아니라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이 약이 가능하게 한다고??!! 이 약이 실현된다면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싸움 대신 정말로 국민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나쁜 범죄자들은 죄를 뇌우치고 속죄하며 살 것이라고 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멋진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일이 실현되면 좋을 것 같다.

 

저자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끼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때까지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좋은 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나는 이 분이 인어 공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 공주는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에게 기꺼이 아름다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상적인 평범함을 얻기 위해 여러 약들에게 기꺼이 부작용들을 감수하였다.

 

내가 만약 인어 공주의 상황처럼, 그녀의 상황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됬을까? “어떡해!!”하면서 발은 동동 구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살면서 어떻게든 선택과 희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작가처럼, 인어 공주처럼 후회 없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도록 할 것이다.

 

어쩌면 인어 공주가 유명한 것은 이런 담대함 때문이 아닐까? 비록 그녀는 물거품으로 변했지만 그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안하고 우물쭈물 할 바에야 자신이 선택을 할 때의 정확한 장점과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멋지고 어른스러운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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