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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30850&imageNid=6500815
2016년 디즈니에서 영화 ‘주토피아’를 출시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준비됐나요?”는 주인공 주디의 명대사 중 하나이다. 이 영화와 책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같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책은 꽤 재미있게 읽었다. 첫 번째 이유는 동물적인 비유를 많이 삽입한 것이다. 소설 속 중간마다 상어 떼, 짐승, 우두머리 등 야생에 관한 비유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만큼 정치가 약육강식이 되기 쉬운 분야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친숙한 대표 아이콘들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나이키, 애플 등의 친숙한 대기업과 뉴욕 치즈케이크, 키 라임파이, 칠면조 샌드위치 등의 대표 음식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책 ‘중독의 시대’를 읽었지만 파블로프의 개 마냥 멋진 것에 힐긋 돌아보게 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은 지나치면 좋지 않기에 자제하려고 노력중이지만 어쨌든 쉬지 않고 읽게 만든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인상 깊었던 첫 번째 부분은 인물에게 부여하는 암호였다. 소설 속에는 독자들에게도 갸우뚱하게 만드는 암호가 몇몇 있었는데 그중에는 카타리나의 암호 ‘바흐’가 있다. 처음에 음알못 이라서 책을 읽을 때 이상한 점을 못 느꼈다. 하지만 자고로 소설이란 인물의 현재 심리를 대변해주는 풍경, 날씨, 거기에 추가한 인물이 듣고 있는 음악을 찾아내야 재밌는 법! ‘빌헬름 프리데만 헤르조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모티브로 따온 것이었다. 프리데만 바흐...아니 헤르조그(그녀의 암호를 발설하지 마세요, 쉿!)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검색해보니 기존 음악과는 다른 다양하고 다채로운 화음을 많이 사용했다고 하여, 그녀가 화려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등장인물의 영화적 묘사였다. 대표적인 예시는 술리만 신도럭 일행의 묘사였다. 암흑의 시대라는 위기에 앞서 그들은 포상휴가를 즐기기 위해 독일 슈프레강이 보이는 펜트하우스(penthouse; 꼭대기 층 건물)에 거금을 지출했다. 독일 경기장의 축제 분위기가 그들의 마음속을 대변해주고 또 위치마저 맨 꼭대기로 그들의 심리적 위치가 최고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밖에 카트리나의 기분을 수치화된 날씨에 비유한 것도 인상 깊었다. 30% 비가 올 확률이면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확률이 70%라니, 맑은 날씨를 좋아한다는 말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하!!
마지막으로 던컨 대통령의 자세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레스터 로즈와 캐롤린 브룩은 그를 싫어하는 대표 인물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고, 차이점이라면 레스터는 야당으로서 그를 싫어하고 캐롤린은 여당이지만 그를 라이벌 혹은 인생의 장애물로 여기는 것이다.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아 싫어하는 것과 상대방 자체를 질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둘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상상하지 못할 일(나라에 큰 위협을 가할 만큼의 반역)을 가하는 것을 보고, 옛말에 ‘친구를 가까이하고 적을 더 가까이 두어라’는 말이 무슨 의미로 하는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소설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니 단순한 소설적 장치로 생각해야겠다.
소설 속 던컨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왜 모든 정치적 본능을 무시하면서까지 입을 열지 않는지. 내가 이러는 게 이 나라의 성패를 좌우할 대단히 중요한 문제 때문이라는 것도 분명 알고 있을 거고요’. 여기서 정치인이 단순히 감각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무엇이 더 큰 가치인지 구별하는지에 관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유자광은 세조에서 연산군까지 출세한 신하이다. 이 시기 동안 왕들은 정치적 의견이 모두 달랐고 그의 눈 밖에 나면 목숨이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세가 어떻고 어떻게 해야 치고 빠질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즉 정치에 동물적 감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왜 ‘간신’의 대표 아이콘으로 꼬리표가 달렸을까. 애국보다는 정치적 본능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살기 위해서, 자신의 효를 다하기 위해서(그는 서자였다) 했다는 것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백성을 사랑하는 일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던컨 대통령은 정말 용기있는 인물이다. 나는 용기가 없기에 이 주인공처럼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기에 책임을 지는 리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 꿈 이전에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야 한다. 나는 책임을 지고 있는가? 하다 못해 내 방 청소는 했는지 등의 사소한 것들에도 책임을 지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
지금까지 작성한 서평 링크
1)[폴리매스]폴리매스를 따라하는 법
https://cafe.naver.com/thincubation/14585
2)[중독의 시대]중독이라는 수저를 어느 쪽으로 꽂아 놓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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