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화감상

[폴리매스] 폴리매스를 따라하는 법

밤하늘의별빛 2021. 9. 27. 11:05

(전)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

이미지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9&aid=0002521726

 

우리는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능력을 계발하고 똑똑해지기를 원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하기 위해 전문화된 지식을 갖추려 하고 부자들의 n가지 습관, 천재들의 이야기 등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하지만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사회의 골칫거리가 된다. 몇 년 전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칭송받은 (전)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들은 너무 성공과 부유함의 욕망에 사로잡힌 물질만능주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저자가 폴리매스를 그저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으로 단정 짓지 않은 것과 ‘고도화된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저자의 본명은 와카스 아메드(Waqas Ahmed)이고 저자 소개에서 ‘떠오르는 청년 다빈치(Rising youth da vinci)’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썼는지는 모르겠고 구글 검색을 해 본 결과 Khalili collections(파키스탄의 어느 박물관의 일종인 듯)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있는 모습의 이미지와 다빈치 네트워크 웹사이트 대문짝에 나오는 그의 얼굴을 발견했다. 유럽 영국에서 출생했고 파키스탄 이민자로서 서아시아에 자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내용을 분석해보자. 내용은 주로 폴리매스라 생각되는 인물에 관한 내용으로 위인전을 축약해서 보는 느낌(특히 Chapter 2,3에서 느꼈다)이라 나열된 역사를 싫어하는 나는 읽기가 매우 거북했다.

먼저 Chapter 1에서 첫문단에 등장한 마야 안젤루가 어떤 인물인가 궁금하여 간단히 유튜브로 살펴보았는데, ‘내가 이런 분을 모르고 살았다니...’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I am human 듣고 울었다. 저자가 인물 나열 보다는 그 개인에 대해 좀 더 깊은 통찰을 담은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Chapter 2에서는 왜 많은 위인들이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들을 떠올려 보면 왜 아인슈타인은 취미로 바이올린을 했고, 전자기 유도를 발견한 페러데이는 초졸인데 어떻게 인류에게 많은 기여를 했는지 몰라 그냥 ‘머리가 좋은 천재였겠지!’라고만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들을 폴리매스라고 머릿속에 정정하겠다.

Chapter 3은 폴리매스를 분류하는 체계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중에서 킹메이커형 폴리매스가 눈에 더 기억이 남았다. 챕터 1에서 나온 임호텝, 한국사 공부했을 때 기억 남는 것 중 조선을 세우고 이성계를 왕으로 앉힌 정도전을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다. ‘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을 구상할 수 있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동경했기에 더 흥미진진한 건지도!

Chapter 4는 본격적으로 현대의 전문화 체계에 불만을 표하는 내용이다. p152에 따르면 전문화는 안정적 재정력, 일의 효율성(상호보완성)이라는 사회 속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또한 자본주의 정신을 나타낸 막스 베버는 관료제가 가장 효율적인 조직 형태라고 강조하였다.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체제에 입각한 효율적인 체제임을 다수 동의하지만(90%정도),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단점(10%)이 있다.

p160의 빌리 차일디시 일화가 그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미술계는 나를 연주자로 간주하려들고, 음악계는 나를 화가로 간주하려든다.’

p176~p177에서는 폴리매스에 관한 부정적인 속담을 나열해주고 있는데, 정말 폴리매스들이 얼마나 세상에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Chapter 5에서는 폴리매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7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개방적 사고에 집중이 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본다. 그러나 대부분은 특정한 견해, 결정, 강한 신념을 형성한다. 하지만! 여기는 관료체제이고 전문가를 귀하게 여긴다. 그 중에서 사회에서 성공, 높은 지위를 가지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에 자신의 신념을 뒤집거나 조금이라도 변경하는 시도를 요구한다면 그들에게는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이런 점을 봤을 때 비트겐슈타인은 전문가를 넘어선 지식인형 폴리매스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얼마나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그의 처지였더라면 잘못된 것을 깨닫자마자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대단한 용기까지 갖추다니.

Chapter 6은 앞으로 자라나는 폴리매스들에게 적합한 교육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안그래도 요즘 교육에서는 문제 해결 중심 학습, 플립드 러닝(거꾸로 학습)같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수업을 진행하려 노력하는데, 이 장에는 더 나아가 초월성, 자연, 생존 등의 철학적 탐구 및 흥미롭고 방대한 영역을 가르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하... 폴리매스 되기 참 어렵다..)

Chapter 7 에서는 21세기와 현재 살아 숨쉬는 세계적인 폴리매스들을 나열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패스했다. 일론 머스크 말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듯....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이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을 쓴 이유를 요약적으로 말해준다. 2장 반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 히히.

“21세기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다재다능함의 가치는 더없이 중요하다.”

“당신 안에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실현하려면 인지능력을 배양하고, 또다른 인지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엽하며 배워야 한다.”

“이렇게 폴리매스가 되면 세상은 당신에게 괴짜라는 딱지를 붙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을은 그냥 인간다워진 것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다수의 기득권층은 폴리매스다.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이 사실에 유의하면서 낙수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폴리매스가 되고 싶든 아니든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트랜스포머처럼 폴리매스를 따라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체적 느낀 점을 써 본다면, 사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누구나 폴리매스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 중에는 한 길을 택하고 싶은 사람(이 사람들은 어떤 분야를 하지 않으면 내가 아닌 것 같다며 특정 분야를 원한다)이 있고, 지금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또 워라벨(일과 취미를 실현하려 하는 밸런스 추구)을 꿈꾸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화 체계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현 체제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여기는 것도 의아했다. 차라리 ‘현 체제를 유지하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조금씩 다른 분야도 차근차근 준비하자’라고 덜 과격하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미래의 주인공은 누구의 것인지, 그들의 특징이 어떤지를 다양한 예시를 들며 체계적인 분류로 추상적인 예측을 가시화시킨 것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다른 분야, 취미, 여가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자기 계발의 일종이라고 용기를 준 것이 인상깊었다. 나도 가끔씩 내가 다른 분야에 뜬금없이 두근거릴 때 시간낭비를 하는 건 아닌가 하며 자책했는데 앞으로는 인간 본성이 지닌 내면을 위해 취미와 여가를 나쁘게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