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화감상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 코디팬던트(co-dependent)성향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밤하늘의별빛 2022. 4. 11. 08:00

숨 가쁘게 읽어나갔다. 너무 재미있고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 기뻤다.

어쨌든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원래 그런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싸인펜을 보면 달라고 하고

끝내 내가 독차지하고 언니는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악마가 따로 없다.)

맛있는 과자가 있으면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몰래 혼자 먹을려고 구석에 가서 먹었다.

야뇨증 때문에 혼이 나면 기영이처럼 남에게 뒤집어 쓸려고 현안이 되었다.

 

... 어쨌든 나이를 먹을수록 내 행동에 따른 합당한 벌이 주어졌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는 동생을 잘 돌보지 못하면 혼이 났다.

그리고 생일날 선물을 안준다고 징징거렸을 때 아빠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엄마가 한 번은 빨간불 때 차를 이동한 적이 있어서 내가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때

빨간불인데도 차 없으니까 그냥 가요!”했다가 혼났다.

이미지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867646&memberNo=2923372&searchKeyword=%EC%88%98%EB%A9%B4%EB%AC%B4%ED%98%B8%ED%9D%A1%EC%A6%9D

 

어쨌든 그냥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내가

어느새부턴가 남에게 쩔쩔매는 일이 많아졌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5~6살 그때부터 성격이 달라졌다.

 

어린이집 때 어린이용 자동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있었다.

또래 남자애가 저도 타고 싶어요!”해서 잠시 내렸는데

얘가 쉬는 시간 내내 탔다. 내가 탄 것보다 훨씬 오래 탔는데 그때 아무말도 못했다. (그 남자애 이제는 철 들었으려나)

유치원 때는 한 여자애가 내 색연필을 훔쳐갔는데

걔가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지만 아무말도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는 여자애 두 명이 나에게

연필깎이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다.

근데 얘들이 이제는 나에게 말도 없이 책상 서랍 뒤져서 깎고 있더라.

근데 암 말도 못했다. (그 여자애들 이제는 철 들었으려나)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때 착한 어린이상인가 어쨌든 많이 받았다.

근데 돌이켜보니 그게 내 성향을 더 짙게 만든 요인 중 하나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내내 어수룩하다, 조용하다, 만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태권도 학원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서 남자애가 공으로 나를 때려도 말을 못했고

영어학원에서는 바보같다, 쟤랑 가까이 하지마. 또는 이상한 일(야 너 이거 해봐)을 묵묵히 들었다.

학교에서, 특히 초4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애가 나를 발로 치고 내 시험지를 함부로 가져갔는데 아무 말 못했다.

중학교 때도 거의 혼자 지내거나 친구를 사귄다고 해도 홀수로 사겨서 외로웠고 아니면 아예 나르시시스트 친구 1명에게

붙잡혀서 다니거나 그랬다.

고등학교 때는 나를 은근히 깔아뭉개거나 놀리거나 공기놀이 취급하는 애들이 많았다.

대학교때는 고등학교 때 친했던 나르시시스트 여자애랑 거의 2년간 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끊어냈다.

 

적다 보니까 너무 우울해 보이는데 그래도 나름 멘탈이 사차원이라서

6때 회장 선거 나간 적이 있고(그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음)

혼자서 도서관에 가서 책이랑 친구먹고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스마트폰이랑 친구 먹어서 괜찮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코디팬던트 성향에서 못벗어나고 있다.

내 기준으로 좀 무리하게 돈을 모아서 가족들을 기쁘게 할려고 한다거나

누군가가 부탁을 할 때 어느정도까지 도와주워야 하는지 경계선을 못잡는다거나

포교활동하는 사람한테 무시하고 뛰쳐나가는 일을 못한다거나

지금 이 사람이 내 경계선을 침범할 정도로 무례한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거나

화내야 하는 상황일 때 화를 내지 못해서 밤에 이불킥을 하거나 괴로워하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올바른 태도로 표현하거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렵다.

 

이 책에 나온 사례처럼 엄청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얼마나 돌봄 중독에 빠져있고 자신을 보호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지, 얼마나 나르시시스트들이 많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디팬던트를 극복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고 또 노력한다고 해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실망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철학도 열심히 공부하고 나의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